문·이과적 특성을 두루 갖춘, 진선미와 지덕체를 겸비한, 칼의 등과 날의 특성을 함께 보여주는, 사업과 가정 모두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대한민국 대표 여성 중견기업인 기보스틸의 최승옥 회장님을 당진 공장으로 직접 찾아가 만나 뵙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지난 6월 26일 처음 찾아간 기보스틸의 당진 공장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와 위용을 자랑하는 철강 제품의 생산·가공·유통의 살아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주로 기보스틸에서 생산된 제품이 출하되고 오후에는 각종 원자재가 공장으로 들어오는데, 분주하게 오고 가는 운반트럭이 하루 150여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鐵의 여왕' 최승옥 회장님은 철강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자수성가형 여성 경영인이십니다. 무려 45년 전 철강업계에 몸을 담은 이후 업계 최초로 여성 영업부장과 여성 전문경영인으로 등극, 철강 업계에서는 가히 신화적인 인물로 통하십니다.
당시 철강회사 비서로 근무하던 친구의 사무실을 몇 차례 방문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철강회사와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하시면서 어찌 보면 매우 이례적인 여성 기업인의 철강업종 창업 스토리를 담담히 전해 주셨습니다.
회장님의 활달한 성격과 꼼꼼한 태도를 눈여겨보셨던 세일철강의 권태혁 사장님께서 입사를 권유했고, 졸업하자마자 당시에는 이례적으로 여성이 ‘비서’가 아닌 ‘영업직’으로 입사하게 됩니다. 준비된 사람에게는 기회가 오는 법, 직속 상사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담당자로서 업무를 전담하게 되는데, 시간이 갈수록 성과가 커지면서 영업부장으로 발탁이 됩니다. 여성으로서 철강업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신 회장님도 놀랍고 대단하시지만, 당시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을 관리자로 임명, 일을 맡긴 권사장님도 시대를 한참이나 앞서가는 선구자적인 분이셨습니다.
최회장님은 깔끔한 업무처리는 물론 직접 발로 뛰는 열정과 솔선수범으로 한 달이 못 돼 새 구두를 사야 할 만큼 업무에 적극적으로 임하셨고, 1992년에는 삼신철강의 전문경영인으로 취임하게 됩니다. 여성 CEO에 대한 주변의 의구심이 말끔히 가시도록 취임 첫해 적자기업을 흑자로 돌려놓으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으셨다고 합니다.
관리자와 전문경영인으로의 경험 이후 회사를 본인의 힘으로 직접 운영해 보자는 큰 꿈을 갖게 되었고 결국 1999년 드디어 기보스틸㈜을 창립하시게 됩니다. 창립 이후 일정 기간 판로개척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회장님은 좌절하지 않고 기업을 꾸준히 경영해 나가셨고, 기보스틸은 다른 업체와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구매부터 가공, 납품까지 한꺼번에 처리해 주는 '연계 판매' 시스템을 도입, 납기를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 탄탄한 회사로 성장시키십니다. 작년 기준 매출 6,716억원, 종업원 107명의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보스틸은 현대제철 제1의 협력업체로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기보스틸은 철강업계 최초로 스틸서비스센터(SSM)라는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종이 문서로 관리하던 작업지시, 작업변경, 운영현황 점검 등을 디지털화하고 생산과 설비 운영 전 과정을 데이터화함으로써 불량률 감소와 불필요한 리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성 기업인에 대한 편견, 가정과 양육에 대한 부담 등으로 회사를 크게 키워나가지 않았던 게 궁극적으로는 안정적인 회사 경영 측면에서 잘한 일이기도 하지만 좀 더 큰 기업으로 성장시키지 못한 거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고도 하십니다. 그러나 최근 2세 경영인인 박정무 대표의 활발한 경영 참여를 통해 회장님께서 갖고 계셨던 아쉬움과 미련이 충분히 해소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기보스틸의 자회사 ATU파트너스를 이끄는 박정무 대표는 기보스틸 최승옥 회장님의 장남으로, 기보스틸 부사장으로도 재직 중입니다. 서울대학교, 미국 MIT대 MBA 과정을 거친 후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에서 인수합병, 조인트벤처 설립 및 중장기 성장전략과 비전 수립 업무 등을 경험한 인재입니다. 박대표는 국내 중견기업들이 직면한 기존 사업의 성장 한계와 신사업 진출에 대한 갈망 등 많은 고민 끝에 투자회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ATU파트너스는 아시아 최초 E-스포츠 전용 사모투자펀드(PEF)를 결성, 1호 E-스포츠 펀드를 최고 인기 게임인 LOL 구단 DRX에 투자하였고, 작년에는 첫 우승까지 하게 됩니다. 여기에 인기 가수 박재범과 함께 프리미엄 소주 브랜드인 원소주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시현 중입니다.
기보스틸의 사명은 한글로는 기보(起寶), 영문으로는 비전(Vision), 일본어로는 희망(きぼう)입니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 전진하며,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실현해 나가는 회장님의 적극적인 태도와 자세를 사명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회장님은 "섬세함을 앞세운 감성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협력업체 및 고객사와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라면서 '신뢰'를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鐵은 다른 제품들과는 다르게 기초 원자재로서의 특성과 재질이 한결같다면서 이는 본인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하십니다.
성공한 워킹맘 모델이신 회장님은 "여성의 진정한 출세는 본인뿐만 아니라 자식들의 성장과 정서 교육에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라며 이 시대의 워킹맘들에게도 선구자로서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계십니다. 물론 이런 성공이 있기까지에는 각고의 노력과 뼈를 깎는 아픔, 목표 달성을 위한 열정과 인내가 있었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오늘 만남 후에 '강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는 '鐵'이라는 단어에서 외견 차갑고 단단한 강철의 모습만을 연상합니다. 그러나 철이 최종 제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둥근 코일 형태로 말아져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합니다.
최회장님을 뵈면 인상에서 풍겨 나오는 CEO로서의 무게감 있는 풍모와 함께 자상하고 따뜻한 우리 어머니의 전형적인 인자하신 모습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잠깐을 만나 뵈어도 항상 상대방을 배려해 주시고 무엇인가 베풀어 주시려는 따뜻한 정과 사랑이 있으신 분입니다.
특히, 최회장님과 박정무 대표는 업무 관계를 떠나서 어떻게 하면 이렇게 모자지간이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건설적일 수가 있을까, 아들은 어머니를 충분히 존중하고 어머니는 아들을 충분히 인정하면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 함께 나아가시는 모습에 그저 감탄하고 놀랄 뿐입니다.
철강 산업을 기반으로 한 전후방 연관산업의 발전이 바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산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 안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오신 최승옥 회장님, 기보스틸의 건승을 기원하고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YCN 회장으로서 차세대 경영인들의 대표주자인 박정무 대표님에게도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