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지원인 제도, 중견기업은 희생양
- 피해기업 391개사 중 258개사가 중견기업으로 전체의 약 66%를 차지
-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적용범위를 바꿔야
한국중견기업연합회(회장 윤봉수, 이하 중견련)는 준법지원인 적용대상 및 자격요건을 규정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건의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중견련은 건의서를 통해 “준법감시인 제도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는 기업군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이다”고 주장했다. “자산 3,000억원 이상의 상장기업(금융업종 제외) 총 391개사 중 258개사가 중견기업이고, 이는 전체 피해 기업의 66%를 차지한다”며 그 근거를 제시했다. 이어 중견련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World Class 300’ 등 중견기업 육성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면서,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준법지원인 적용 범위를 자산 2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 중견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3,000억원 이상의 상장회사들은 최소 1인 이상의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며 준법지원인 자격요건도 법학 관련자로 제한하고 있다.
법무부가 2011년 12월 28일 발표한 상법시행령 입법예고(안)에 의하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 수는 1,668개사(금융업종 74개사 제외)였으며 이중 자산 3,000억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391개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들은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준법지원인을 1인 이상 두어야 한다.
중견련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견기업 수는 총 694개사로 유가증권시장에 381개사, 코스닥시장에 313개사로 나타났다. 이중 자산 규모 3,000억원 이상 중견기업 수는 총 258개사로 유가증권시장에 196개사, 코스닥시장에 62개사로 나타났다. 즉, 주식시장에 상장된 694개 중견기업 중 258개사 37.2%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 1] 자산규모별 상장 중견기업 현황
(단위: 원, 개사)
구 분 | 유가증권시장 | 코스닥시장 | 총 합 계 | |||
| 누계 | | 누계 | | 누계 | |
2조 이상 | 13 | 13 | 0 | 0 | 13 | 13 |
1조∼2조 미만 | 35 | 48 | 4 | 4 | 39 | 52 |
5천억∼1조 미만 | 67 | 115 | 18 | 22 | 85 | 137 |
3천억∼5천억 미만 | 81 | 196 | 40 | 62 | 121 | 258 |
3천억 미만 | 185 | 381 | 251 | 313 | 436 | 694 |
* 각 회사의 자산규모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 보고된 2011년 1월 1일∼9월 30일까지의 분기보고서를 참조했음
** 2011년 9월 30일 기준으로 자기자본 1,000억 이상이나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원 이상의 기업은 중견기업으로 분류함
게다가 준법지원인 제도 시행으로 인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기업군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예상기업 391개사 중에서 258개사가 중견기업이었으며, 이는 피해 예상기업의 6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준법지원인제로 인한 피해 예상기업 규모별 비중
상장회사의 경우 회사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사외이사제도, 감사위원회, 외부감사제도, 내부회계관리제도, 공시제도’ 등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법지원인 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중복규제에 해당된다.
상장기업들은 준법지원인을 고용함에 따라 급여와 부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과 이제 막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추가 비용부담을 위해 자원을 배분해야 하며, 그로인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들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준법지원인 자격도 변호사, 법대교수, 법학 전공자로서 법무팀 경력자 등 법조인으로 자격을 한정하고 있어 법조인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2000년부터 준법감시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자격조건을 변호사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관련자, 회계사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World Class 300’ 등 중견기업 육성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준법지원인 제도 신설은 기업 부담을 증가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준법지원인 적용 범위를 자산 2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 중견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