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중견기업 억제정책이다.
- 중견기업 54개사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돼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중견기업 억제정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www.komia.or.kr, 회장 윤봉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기존 중견기업들의 사업규모를 축소시켜 중소기업으로 전락하게 만들고, 우량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게 만드는 중견기업 억제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1차 선정된 품목과 현재 조정협의체에서 논의 중인 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될 경우 중견기업 54개사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논의 초기 대기업 기준은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었다. 그러나 논의를 거듭하면서 사안에 따라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 기준을 졸업한 기업을 대기업으로 보기도 한다. 이처럼 명확한 기준 없이 사안별로 대기업 기준을 검토함에 따라 중견기업이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샘표식품이다. 샘표식품은 간장과 같은 장류사업에 업종전문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성장해 온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0년 처음으로 중견기업에 진입했으며, 매출액의 약 57%가 간장 판매에 의한 매출이다. 이러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샘표식품은 사업축소를 권고 받았다. 이는 샘표식품의 사업을 축소해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라는 말과 다름없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선정에 따른 피해 예상 기업 수>
품 목 | 피해 기업 수 | 품 목 | 피해 기업 수 | 품 목 | 피해 기업 수 |
장 류 | 2 | 네비게이션 | 1 | 어묵 | 3 |
골 판 지 | 3 | 단 조 | 4 | 재생타이어 | 2 |
금 형 | 4 | 레 미 콘 | 17 | 절연전선 | 1 |
기타인쇄 | 1 | 막 걸 리 | 1 | 정 수 기 | 1 |
김, 김치, 두부 | 6 | 변 압 기 | 1 | LED조명 | 3 |
남성정장 | 3 | 아 스 콘 | 1 | 피해기업총계 | 54 |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졸업예정 기업 중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으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수는 총 54개 업체에 달한다. 레미콘의 경우 중견기업 중 총 17개사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김·김치·두부 품목이 6개사, 단조와 금형이 각각 4개사, 남성정장과 어묵, LED조명 그리고 골판지가 각각 3개사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해당 기업들과 거래하는 관련 업체들까지 고려할 경우 더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사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이 다수다. 이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으로 중견기업을 대기업으로 분류하여 사업을 축소하도록 하거나 진입규제를 강화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계속 시행될 경우 중견기업들은 사업을 축소해 중소기업 지위를 얻으려고 할 것이다. 또한 조만간 중소기업을 졸업할 수 있는 우량 중소기업들도 사업규모를 확장하려고 하지 않고 R&D투자도 하지 않고 현 수준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다. 결국 중견기업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중소기업 수만 늘어나는 기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양질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할 것이다. 구직자들은 보다 근로조건, 복지후생 등이 더 좋은 일자리를 선호한다. 구직자 관점에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일자리다. 그런데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된 품목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해당 품목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해야 한다. 이는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중소기업에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구직자들에게 중소기업 일자리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일자리보다는 훨씬 덜 매력적인 일자리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현재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기존의 중견기업을 아래로 끌어내려 중소기업으로 만들고, 또 우량 중소기업을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기업성장 억제정책이다. 물론 한국경제발전을 위해 중소기업의 발전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와 같은 진입장벽을 설치해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겠다는 것은 고루한 생각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통한 보호가 아니라 경쟁을 통해 기술개발, 품질개선, 생산성 향상 등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