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7월 1일로 임박한 가운데, 중견기업계가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습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유연근무제 실시요건 완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습니다.
중견련이 4월 18일부터 27일까지 377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54.4%가 이같이 응답했습니다. 노사 합의 시 특별연장근로 허용(18.6%), 가산임금 할증률 조정(13.3%),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예상되는 가장 큰 경영 애로는 37.1%가 꼽은 '인건비 부담 가중'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동률 저하로 인한 생산량 차질'과 '구인난으로 인한 인력 부족'을 지목한 비율은 각각 18.8%, 11.4%였습니다. 예상되는 생산량 차질 규모는 평균 약 105억 원, 인건비 증가 규모는 17억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응답 기업 수의 제한과 기업 규모의 차이로 단순 추정하긴 어렵지만 4,014개 중견기업 전체로 환산하면 막대한 손실입니다.
중견련 관계자는 "인건비 증가도 문제지만, 생산라인에 즉각 투입될 만큼 숙련된 인력을 적시에 충원하기 쉽지 않은 중견기업계의 고질적인 이중고가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한 중견기업 대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구직자들이 3D 업종을 기피하는 현실을 감안해 중견기업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44.6%의 중견기업이 급격한 노동 정책 변화에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노동 정책이 야기할 문제의 복잡성에 비해, 대응책 마련을 위한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업종·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차등 적용해 달라는 중견기업계의 목소리가 여기서 나옵니다.
김규태 중견련 전무는 "OECD 최상위권인 근로시간을 단축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기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근로자 삶의 근거인 임금이 감소하는, 노사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라면서, "정부가 발표한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 대책'은 인건비 보전에 초점을 맞춰 기업 부담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노사 상생을 이끌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현장의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탄력적 근로 시간제 확대, 업종·지역별 근로시간 단축 차등 적용 등 추가 보완책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무는 "특히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단위기간이 2주 또는 최대 3개월에 불과해 실효성이 크지 못하다는 기업계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라면서, "근로시간 단축의 보완책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설정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 사례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