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엄 조선 기고1 (2015.5.15, premium.chosun.com)
독일에서 불붙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산업계의 경쟁자들이 합종연횡하고, 국가를 주축으로 이종산업 종사자들이 머리를 맞대는 이른바 coopetition (협력과 경쟁)이 일상화되는 현실이 성큼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 최근에는 신 산업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제조업분야의 IOT가 우리의 준비와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부품이나 생산장치 등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화(network)하여 데이터(data)를 수집하여 생산효율을 대폭적으로 높이는 독일의 이른바 ‘신(新)산업혁명’에, 산업대국인 일본의 기업 조차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산업박람회에서는 개발기간의 단축 등 거국적인 기술개발의 성과를 어필하고 있다. 같은 구상을 가지고는 있지만, 기업마다 ‘독자적 전투’를 하고 있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이른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이다. 자동차, 가전, 공장설비, 주택 등 다양한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하여 센서를 통하여 얻은 빅 데이터를 분석하여 최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화상, 위치, 가동상황 등 방대한 정보의 수집, 분석이 가능하게 되고, 대폭적인 생산효율화와 정치한 판매예측, 혁신적인 서비스의 창조 등이 기대된다.
독일 에너지성의 차관이 지난 4월 15일 언급한 바에 의하면, 독일은 산업 4.0을 통하여 향후 5년간 18%의 생산성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4.0은 ‘산업4.0’으로 그야말로 최적의 생산공정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제조업발 IOT’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장뿐만 아니라 거래처, 물류, 에너지 그리고 종업원의 작업방식도 포함하여 전체적인 최적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독일정부는 2011년에 4.0 구상을 내놓고 여기에 2억2천유로 (약 2800억원)을 출연해 각지에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 박람회(CeBIT)에 출품된 인더스트리 4.0 수도관./조선일보DB
제조업발 IOT는 증기기관, 대량생산, 컴퓨터에 이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자리매김되고 있다. 여기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은 지멘스, 폭스바겐, 보쉬, 도이치텔레콤 등 대기업과 대학, 단체들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이러한 과정의 한 예를 들면, 박람회에 전시된 지멘스의 부스에서는, 태블릿(Tablet·다기능정보단말)에서 자동차, 향수 등의 취향을 입력하면, 바로 생산라인에 원자재가 투입되어 생산이 시작되는 데모(시범용 프로그램)가 전시되어 있다. 주문을 받아 원자재를 투입하여 생산이 시작되기까지 불필요한 시간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이 방식은 현재 이태리의 마세라티가 채용했다.
독일의 이러한 ‘인더스트리4.0’은 원래 일본의 미쯔비시전기가 10년 이상 전부터 ‘e 팩토리’라는 이름으로 추구하여 온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제조분야의 IT활용은 일본이 훨씬 잘 하는 분야였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이러한 방식은 자사내에 국한되든가 특정의 기업과의 연대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독일의 4.0은 ‘오픈 플랫폼(open platform)’이 특징이다. 즉, 외부개방이 전제로 되어 있다. 남부 독일에 위치한 보쉬의 유압기기공장과 지멘스의 생산기기공장도 4.0 모델이다. 부품이나 장치에 부착한 센서를 통하여 관련기계들이 최적인 생산량을 스스로 판단하여 가동수준을 자동조정한다. 보쉬는 10%이상의 생산성 향상과 30% 이상의 재고삭감을 실현하였다. 이것을 기반으로 시스템 자체의 외부판매를 시작하여 지멘스와 BMW에 이 같은 모델의 납품을 개시하였다.
4.0 구상에서는 경쟁자들이 협력하여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멘스는 자신의 취약분야를 보완하기 위하여 클라우드분야에서 SAP와 제휴하였다. 시장수요나 물류상황 등 공장밖의 정보를 가질 수 없으면 최적 생산을 실현할 수 없다.이른바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추구하여야 하는 상황이다. 즉 Coopetition(협력과 경쟁을 합한 조어)의 대응력이 요구되고 있다고 한다.
히타치 공업의 간부는 일본의 나라전체를 아우르는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히타치는 자사공장에 IOT기술을 도입하여 컴퓨터 등의 납기를 2016년도에 25% 단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같은 시스템도 장래에는 외부판매를 염두에 두고 있다. 독일산업연맹의 조사에 의하면 독일 기업은 금후 5년간 매출액의 3.3%, 년 40억유로를 4.0관련으로 투입한다고 한다. 지멘스의 한 임원은 “4.0.의 기술면의 표준화 작업에 참가하고 싶다”고 규격표준화 만드는 일을 주도하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2015년 1월 5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5'에서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이‘삼성의 인간 중심 기술과 사물인터넷’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블룸버그 미국에서도 작년에 GE, IBM등이 IOT추진조직을 만들었다. 제품제작틀을 바꾸는 IOT에 어느 국가가 어느 회사가 잘 대응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제품생산방식 자체의 우열이 곧 산업경쟁력에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외신에 실린 이 같은 내용을 접하고 우리 기업의 현실은 어떤지 더욱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이 중요한 제조업 혁명도 제조업 종사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재배치, 재교육. 직업전환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독일의 ‘인터스터리 4.0’보다 더 상위의 구도도 산업현장에서의 근로자들의 동의없이는 한 발도 나갈 수 없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그림 속의 떡이 될 뿐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없이는 신 산업혁명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므로 이를 어떻게 서로 이해하고 다 같이 수용하여 미래의 세대들에게 풍요한 사회를 물려 줄 것인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니 고민을 넘어 모두의 지혜를 모아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신 산업혁명에 참여하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우리 선조들이 겪었던 행복하지 못하였던 추억을 우리 후손들에게 다시 물려줄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다.
◇ 프리미엄 조선 기고 2 (2015.5.25, premium.chosun.com)
민영화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독일 우체국
물류와 우편의 세계 최대 기업인 도이치 포스트(Deutsch Post)의 민영화 개혁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른 나라의 우정사업 민영화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1995년 독일의 국영 우정성은 민영화되어, 우편, 은행, 텔레콤의 3개 주식회사로 분리되었다. 이로부터 2년 뒤 독일정부는 우편시장을 자유화하였고, 1년 뒤인 1998년에는 독일 우편은 DHL International에 25% 출자(2002년에 완전자회사 함)하고, 미국 우편 대기업인 Global Mail을 매수하여 글로벌 시장에 참여하였다. 1999년에는 국제물류 대기업인 스위스의 단자스, 미국의 에어 익스프레스 인터내셔날을 차례로 매수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에는 드디어 신규주식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2005년에는 국제물류대기업인 영국의 엑셀을 매수하고, 2008년에는 독일의 라이프찌히에 유럽의 항공화물용 허브공항을 개설하였다. 2012년에는 중국 상해, 2013년에는 미국 신시내티에도 개설하였다.
지난 해에는 아헨 공대의 전기자동차 벤처회사를 사들여 전기자동차 개발 및 생산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아마존이나 구글 등 미국의 IT거대 기업이 개발을 앞다투고 있는 무인비행기 드론의 개발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의약품 수송 등을 상정하여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투자여력을 가지게 된 배경은, 2002년에 완전자회사한 물류의 세계적 브랜드 DHL 인터내셔날의 존재이다. 2002년 전후하여 차례로 매수한 유럽과 미국의 같은 사업을 DHL 브랜드로 흡수하고 국제적 네트워크도 확충하였다. 미국과 중국에 항공화물용의 자사의 허브공항을 구축하는 등 태평양 항로의 대동맥에 투자하였다. 이리하여 드디어 라이벌인 UPS, Fedex의 아성인 미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신흥시장개척도 서두르고 있다. 의약품의 품질관리가 엄격해지고 있는 인도에서는 전용창고를 구축하고, 중국에서 러시아를 경유하여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수송에도 진출하였다.
독일은 지금 제조업의 고도화(高度化)를 목표로 하는 ‘인더스트리 4.0’이 한창이다. 이중에서 물류는 핵심사업이라고 할 수 있고, 우편, 택배, 물류대행, 국제화물수송의 4분야가 균형을 이루는 도이치 포스트는 국내의 경험을 국제사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러한 외신을 접하고 있노라면 과감한 변신과 기회를 놓치지 않는 민첩성이 부럽기만 하다. 이렇게 사업이 확대되면 그 소속의 종전 근로자들은 얼마나 가슴 뿌듯할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독일의 젊은이들에 주어졌을 것이며 그들이 갖게 되었을 자긍심은 또한 어떠했을까? 그러나 그들도 민영화 계획시에는 미래가 불안하였을 것이다.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소리 높혀 반대하고 길거리로 뛰쳐나와 얼마 지나면 경쟁에서 밀려 소리없이 사라질 수도 있는 자리를 보전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인 것처럼 부르짖던 모습이 떠오른다.
원래는 좋지 않은 것이라도 나중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어떤 때는 좋은 것이라도 나중에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보험제도가 원래 해적들이 전리품의 일부를 모아 사고가 생긴 동료의 유족을 위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은 전자의 교훈을 주고, 로또 당첨자가 종종 타락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든가 찬란하던 문화 유산을 넘겨 받은 그리스가 지금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후자의 교훈이라면 과장된 것인가?
변화를 포기하면 그 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자에 의하여 뒤로 밀려 나게 된다는 점을 다시금 생각케 한다. 외국 속담에 겨울이 여러분에게 여름에는 무엇을 하였느냐고 묻는 날이 있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독일이 할 수 있고, 다른 나라도 할 수 있다면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